요즘 내 고민은 이렇다.
1. 무엇이 (감히) '오리지널 한' 콘텐츠인가.
2. 유튜브 지식 콘텐츠와 무엇이 다른가, 유튜브의 콘텐츠들과 경쟁이 되는가.
즉, 영상이라는 주류의 흐름을 타지 않는데 어떻게 더 많은 독자를 모으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갈까 가 핵심인 두 가지 고민이다.
맨날 하는 고민이었지만, 아직도 많은 것을 모르지만 이전엔 더 모르는 게 많았어서 이제야 구체화되는 고민들이라고나 할까.
![](https://blog.kakaocdn.net/dn/dol3De/btsJnhwVbKV/az7J3g2TVCkVq7x5JqF8Gk/img.jpg)
- 일단 첫 번째에 대해서.
어쨌든 한 톨이라도 더 '오리지널 한' 이야기를 쓰고 전하려고 한다. 커피팟에 아티클을 전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 역시 정보에 기반한 해설과 관점이 주이고.
많은 정보를 재조합해서 재밌게 전하려는 것에 더해 관점이 명확한 해설을 전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오리지널'하다고 할 수 있고,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전히 화제가 되어 콘텐츠가 재조합되어 도는 스타벅스 CEO 교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워드 슐츠가 전 CEO인 락스만 나라시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 때부터,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안 좋아지기 시작한 스타벅스의 실적 현황과 분위기 그리고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재차 살폈다.
이후 2분기 실적까지 악화한 모습,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진입한 이유, 그리고 하워드 슐츠의 여전한 내부 영향력까지 핵심적으로 봐야 할 상황을 다루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하워드 슐츠라는 인물의 영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지만 새로운 CEO인 브라이언 니콜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건넸다.
모두 3편의 이야기를 전했는데, 핵심은 브라이언 니콜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바탕으로 마련했느냐였다. 그는 코너에 몰린 스타벅스와 협상을 하면서 이사회 의장직까지 받아냈고, 원격근무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워드 슐츠에게서 현장에 대한 경영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력을 가졌지만, 어쨌든 내부적으로 그리고 이사회도 하워드 슐츠의 영향력이 너무 큰 스타벅스의 사정 속에서 최대한의 안전판을 확보한 것이다.
브라이언 니콜이 디지털 전환에 능통하고, 그 역량을 다른 누구보다도 크게 발휘해 왔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지만, 누구나 전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 향방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냐를 따지면 하워드 슐츠의 지속되는 영향력이었고, 그 영향력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알면서도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CEO여야만, 다시 반등한 스타벅스의 주가가 실적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거시경제, 빅테크, 금융(자본 시장), 리테일,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들은 정보를 재조합하지만, 그 글을 쓰는 저자의 지식과 관점이 오리지널 한 생각을 출력해 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커피팟을 구독하는 핵심 이유이다.
- 두 번째에 대해서.
유튜브와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고, 경쟁 상대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사실 유튜브를 통해서 글로벌 산업과 해외 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를 각 잡고 하겠다고 하면 참고할 수 있는 채널들은 너무나도 많다.
삼프로, 머니인사이드, EO, 김지윤의 지식플레이만 봐도 세계관은 확장되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여기에다가 인더스텔라, 바비위키 같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유용한 채널들을 보면 국내외 산업 소식은 보충해서 뜯고 씹고도 남는다. 물론 WSJ와 블룸버그가 고품질의 영상들로 정리해 놓은 미국 기업 스토리들까지 보면 어지간한 건 다 소화할 수 있다.
근데 현실적으로 이걸 다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큐레이션 해서 보는 것도 어렵다. 이걸 보는 시간만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소화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그게 내 정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정보가 나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전해지는 영상을 통한 정보 소화가 100%가 되어 내 것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틈새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텍스트와 뉴스레터를 고집하는 것이기도 하다.
리테일 전문가가 미리 본 기업과 산업 분석은 남들보다 6개월이나 앞서 그것을 알리고 있던 것이고, 경기침체에 대한 가능성을 왜 몇 년 전부터도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정보값이 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거대한 맥락은 그것을 꼭 자신의 정보로 소화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글로써 전해져야만 한다. 빅테크의 지배력과 그를 견제하기 위한 규제와 정책의 이유는 재밌는 롱 리드(Long Read)가 되어야만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식으로 남는다.
즉, 매체 차원에서 유튜브와 경쟁이 되지도 않지만, 유튜브와 경쟁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커피팟은 커피팟 나름의 독자를 찾는 것이다. 작은 틈새라는 시장 차이는 있지만, 본래 텍스트 유료 구독의 시장은 바늘구멍보다도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바늘구멍을 찾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더 많은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직 그 바늘구멍을 찾지는 못했다.)
- 정리.
물론 이걸 내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는 지금 모르겠다. 많이 부족한 거 안다. 더 많이 더해야 하는 것도 알고. 하지만 힘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가야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어쨌든 맥락이 가득한,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각인이 되는 이야기를 하나씩 더 얹어 나가면서 말이다.
내가 물리적으로 할 일은 더 좋은 이야기를 찾고 쓰고, 더 잘 만들고, 좋은 분들과 지속 좋은 협업을 해나가는 것이다. 간단하다. 그리고 틈새 속에서 계속 독자 한 분 한 분 찾는 거다.
멋진 비전은 없고, 거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 미친 듯이 당겨서 달릴 수는 없어도, 꾸준히 오래 달릴 수는 있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