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시작과 함께 미국에서는 프로 농구 리그인 NBA의 중계권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2025-2026 시즌부터 시작하는 11년의 장기 계약은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 새로운 스트리밍 사업자가 나누어 가지게 되었는데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40년간 NBA 중계를 맡아오던 케이블 방송 TNT의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가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한 <인사이드 더 NBA>라는 분석 프로그램까지 있는 TNT가 탈락했다는 것은 업계 전체를 술렁거리게 했다.
11년 동안 770억 달러(약 106조 원)가 넘은 이번 계약은 세 군데가 나눠가졌다. 디즈니와 컴캐스트(NBC) 그리고 아마존이다. 결승전 중계까지 가져간 디즈니가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이들 셋은 합쳐 연간 약 70억 달러(약 9.7조 원)에 가까운 돈을 낸다. 중요한 사실은 아마존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서만 중계를 하는데 19억 달러(약 2.6조 원)를 질렀다는 것이다.
애초에 연간 50억 달러(약 6.9조 원)규모의 계약이 예상되었는데, NBA의 인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렇게 몸값이 불어난 것은 아마존을 비롯해 유튜브도 참전해 경쟁이 심화된 덕분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용한 NBA이 수완이 아주 뛰어났다.
이번에 탈락한 WBD는 무리한 인수합병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MAX) 출시 등으로 빚더미 속에서 헤메이고 있고, 주가는 곤두박질 친 지 오래이다. 오랜 라이벌인 컴캐스트도 이런 상황을 이용해 WBD는 못 맞출 가격을 제시했고, 아마존도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우선 협상권이 있던 기존 중계권자인 WBD가 어떻게든 가격을 낮춰보려 했지만, NBA와 경쟁자들은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이용했다.
결국 현재 상황을 보면 누구보다 중계권이 필요한 WBD만 패자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기존보다 2.5배 가까이 뛴 중계권 가격이 인플레가 되었다 평가할 수 있을지라도 11년 계약이고, NBA의 인기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나날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NBA가 협상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NBA는 빅테크 스트리머를 계약에 꼭 포함하고 싶다는 의중을 꾸준히 드러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 최근 라이브 스포츠를 확보하는 흐름을 보고 있었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해외 오디언스로 확장하는 데 기존 방송사들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WBD는 이런 흐름 속에서 우선 협상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짜를 부리기도 하다가...)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미래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라이브 스포츠까지 차지할 것이다"라는 예언적인 이야기는 하기에 쉽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WBD가 결과적으로 '패싱된' 계약은 어떻게 미디어 시장 장악이 진행되고 있는지, 테크 자본은 어떻게 시장을 바꾸고 있는지 그 과정까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미디어 업계와 스트리밍 업계에 대해서 큰 그림의 이야기를 해왔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세부적인 시장의 전략을 살펴봤다. 스트리밍이 라이브 스포츠를 확보하는 이유와 WBD라는 거함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냉정한 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약속된 미래를 향해 가는듯 한 미디어와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결론은 늘 비슷하게 나긴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살피고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각종 '예언'이 이루어지는 실제 과정은 예상과 다르고, 그 과정은 기업과 개인의 의사 결정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 양도 양이지만 차별화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가졌다고도 할 수 있는 WBD라는 거함이 이렇게 힘들어질 거라고는 많은 이들이 예상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