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은 개회식에 대한 호불호와 다양한 평가 그리고 초반의 여러 기초적인 실수를 넘어서면서 점점 안정을 찾았고, 결과적으로 여러 디테일(도심 활용, 여자 마라톤 최종 행사 등등)까지 성공적으로 챙긴 올림픽으로 남을 듯하다. 무엇보다 올림픽의 가장 큰 이슈인 비용 절감(혹은 지나친 낭비 방지)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올림픽을 계기로 친환경적인 도시 재생도 진행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고.
이에 더해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은 파리가 올림픽이라는 '대중' 무대를 활용하면서 '대중'들의 의식과 시선에서 너무 유리되지 않게 메시지를 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진짜 문화적인 '진보'를 보여주려 했으면 너무 부족했다(그리고 개회식은 특히나 퀄리티도 별로였다)라는 일각의 평가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올림픽을 통한 메시지가 진전하려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쉬운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래시를 의식해서라도) 나는 그것이 이들의 의도였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를 보자. 시상식 도우미 복장 말고 말이다(물론 이 역시 훌륭했다고 생각하지만). 보스턴 마라톤에 최초로 출전한 여자 마라토너인 캐서린 스위처가 여성 스포츠 선수 중 상징적인 인물이 된 지 오래되었다 할지라도 이번 올림픽 전에 그를 아는 대중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가 나타난, 다른 올림픽과 다르게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여자 마라톤의 행사는 전 세계가 주목했다.
캐서린 스위처라는 인물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전 세계 곳곳에서 수천만에서 수억 명이 더 알게 되었다면 나는 그걸로 이번 올림픽이 적어도 절반의 성공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인류에 어떤 메시지를 내고 '정신'을 퍼뜨려야 하는 올림픽이라면.
이번 올림픽은 한국 선수단 덕분에 참 재밌기도 했지만, 눈에 띈 다양한 디테일과 그 메시지들의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욱 재밌었다.
언제나 그렇듯 구체적인 근거와 여러 이야기를 보지 않고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고, "거봐.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만 대비하는 목소리는 이슈를 제대로 바라보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세월을 보내면 보낼수록 오히려 더 차분하게 현상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사려 깊게 이야기를 나눠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아직 많은 것을 거칠게 내뱉는 1020도,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하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3040도 , 그리고 더욱 신중한 시선을 보여줘야 할 5060 이상도 머릿속에 아무런 브레이크 없이 지르고 보는 웹세상이 그나마 정화가 되니까.